[김성춘의 詩의 발견] 파우치 > 실시간

본문 바로가기


실시간
Home > 건강 > 실시간

[김성춘의 詩의 발견] 파우치

페이지 정보

시인·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… 작성일19-08-20 19:22

본문

[경북신문=시인·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]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↑↑ 시인·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김성춘   
호박즙 89팩
뜯지 않은 홍삼진액 100팩
오리&다슬기 36팩
'항암치료는 사기다'(콘도마도코 著, 장역환 譯, 문예춘추사)
채송화 씨앗
항마약성 진통제 160정
상황버섯 300그램
겨우살이 소량
냉동고 속 오리 한 마리
'굶지 말고 해독하라'(안드레아 모리츠 著, 정진근 譯, 에디터)
대나무 숯 한 가마니
요오드 용액 1L
'뭇 별이 총총' 실천문학사 12권
유고 작 수백여 편
인터넷 미납요금 28350원
이성복
체 게바라
아바나
그리움 총총
이것이 당신이 내게 남긴 유산이다
 
  -고영, '파우치'

  고영 시인은 경기 안양 출생으로 2004년 '현대시' 신인상으로 등단한 젊은 시인이다.

  자신의 삶을 응시하면서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시인으로 2016년 '천상병 문학상'과 '한국시협상'을 수상했다.

  암 투병하다 타계한 여인의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시는, 죽음의 상처는 살아남은 자에게 잊을 수 없는 삶의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암시한다.

  '파우치'는 진액만을 추출한 후 진공의 상태로 밀폐시켜 보존 하는 비닐 용기, 즉 음식물을 담아두는 작은 비닐 팩이다.

  항암과 처절하게 싸운 고인의 슬프고 쓸쓸한 생의 흔적들, 병마와 싸우던 흔적들, 망자가 남기고 간 파우치 속의 음식물 들,그 품목에서 시인은 삶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질문 한다. 이 부분이 독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.

  '호박 즙 89팩, 뜯지 않은 홍삼진액 100팩, 항마약성 진통제 160정, 오리&다슬기 36팩, 채송화 씨앗, 상황버섯300그램 , 냉동고 속 오리 한 마리, 대나무 숯 한가마니, 요오드 용액 1L….'

  고인이 마지막 병상에서 보던 손때 묻은 책들,  '항암 치료는 사기다', ' 굶지 말고 해독하라' 시집, '뭇별이 총총'과, 고인의 유고 작이 수백 편인걸 보면 고인도 아마 시인 이었던 모양이다. 후반부의 '이성복', '체 게바라' 등은 고인이 평소 존경했던 인물들이 아니었을까. 이 시의 감동은 병마와 투쟁한 구체적 흔적과 물상들, 수많은 파우치, 진통제, 존경하는 시인등의 암시에 있다. 죽음의 세계와 마주한 한 인간의 쓸쓸하면서도 슬픈 마지막 내면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.
시인·前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…   kua348@naver.com

댓글목록
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

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
Copyright © 울릉·독도 신문. All rights reserved.
뉴스출처 : 경북신문 (www.kbsm.net)